[무역관 르포] 특허 침해 주장의 법리와 입증책임, 항변 논거 및 구제수단

박다미 변호사, KOTRA 뉴욕 무역관 IP-Desk




대형 IT 기업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과 글로벌 소셜 커머스 기업 그루폰(Groupon, Inc.) 간 특허 분쟁의 씨앗은 2011년 11월에 시작되었다. 그루폰이 IBM의 특허 라이선스 제의를 거듭 거절하자 2016년 3월 IBM이 델라웨어 연방 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Delaware)에 특허 침해 소송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 v. Groupon, Inc.(Index No. CV 16-122-LPS-CJB)을 제기하는 것으로 비화되었고, 2018년 8월 IBM이 1심 재판에서 승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IBM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한 그루폰이 IBM 측에 8,250만 달러(약 924억원)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계에 대단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이 같은 특허 분쟁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쟁점들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특허 침해 주장의 법리와 입증책임, 항변(defenses) 논거, 특허 침해 구제수단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특허 침해 주장의 법리와 입증책임   

미국 특허법은 제한된 기간 동안 특허권자가 해당 발명을 미국에서 독점적으로 제조하고, 사용하고, 판매 또는 판매 제의를 하고, 미국으로 수입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제3자가 해당 특허의 존속기간 내에 특허권자의 동의나 권한위임 없이 이 같은 배타적인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 특허 침해로 간주된다.


특허 침해 주장은 직접 침해와 간접 침해로 구분된다. 직접 특허 침해는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에 기반한다. 즉, 피고의 과실유무나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의 특허로 커버되는 제품이나 공정(process)을 제조하거나, 사용하거나, 판매 또는 판매 제의를 하거나, 미국으로 수입하는 경우,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법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이때 원고는 미국의 다른 민사소송에도 널리 적용되는 증거입증 기준인 우월한 증거(preponderance of evidence) 입증책임을 지니는데, 쉽게 말해 피고가 원고의 특허를 침해했을 확률이 51% 이상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반면, 간접 침해는 피고가 직접적으로 원고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더라도, 제3자가 침해하도록 피고가 기여하거나(contribute), 유도하는(induce) 경우 발생한다. 여기서 유도란 피고가 자신이 유도한 제3자의 행위가 원고의 특허를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돕고 사주하는(actual aiding and abetting) 행위를 할 때에 성립한다.

   

특허 침해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특허 문서의 청구항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하여 설명하겠다. 만일 원고의 특허 청구항 (claim)에 A, B, C, D의 구성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피고의 제품이나 공정이 이를 모두 다 포함하면 침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피고의 제품이 A, B, C만으로 구성된 경우, D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비침해이다. 그러나 피고의 제품이 A, B, C, D, E로 구성된 경우, E라는 다른 요소를 추가했다 하더라도 A, B, C, D를 포함했기 때문에 여전히 침해가 성립한다. 이때 침해물이 특허 청구항의 범위를 설령 문언상(literally) 침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허 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구성과 동일한 기능·작용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구성요소가 침해물에 존재한다면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을 적용하여 특허 침해로 간주한다. 

특허 침해 항변 논거


원고의 특허 침해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피고의 대표적인 항변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고의 제품이나 공정이 원고가 보유한 특허의 청구항에 기재된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을 때 비침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둘째, 해당 발명이 자명하거나 (obvious),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행기술이 존재하므로 새롭지 않거나(lacking novelty), 특허 명세서(specification) 내용으로는 해당 발명을 구현할 수 없다는 등의 근거로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맞설 수 있다. 이때 피고는 명백하고 확실한 증명(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우월한 증거 입증책임보다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운 입증책임이 부여됨)으로 원고의 특허가 무효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셋째, 특허권자가 특허 발부 과정에서 형평의 원리에 어긋나는 행위(inequitable conduct)를 범하였으므로 특허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unenforceable) 항변할 수 있다. 특허 출원인은 특허상표청의 특허 심사관에게 모든 중대한 선행 기술(material prior art)을 공개하고 출원의 전 과정에 있어 성실하고 정직하게 임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데, 설령 단 하나의 청구항에 대해서 위의 의무를 위반한다고 할지라도 특허 전체에 대한 효력을 잃을 수 있다. 이는 특허 비침해와 무효 결정이 개별적인 청구항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피고에게 부과되는 입증책임은 무효화 주장과 동일한데 원고가 형평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명백하고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 


위에 제시한 세 가지 이외에도 침해 대상 및 침해의 성격에 따라 다음의 항변 논거도 피력할 수 있다. 첫째, 침해 행위가 후발의약품·의료기기의 시험·연구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특허권 침해의 예외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는 특허법 35 U.S.C. § 271(e) 조항을 바탕으로 피고가 원고의 특허를 실시한 것이 오로지 미국 연방법 상 규제기관에 보고하는 목적과 합리적으로 연관된(reasonably related) 것이므로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둘째, 침해 대상이 공정이나 제조·상업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계·제조·조성물에 해당하는 경우, 35 U.S.C. § 273 조항에 근거하여 해당 방법이 원고의 특허 출원일 또는 해당 특허가 세간에 공개된 날로부터 1년 이전부터 이미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이유로도 항변할 수 있다. 셋째, 의사(medical practitioner)가 의료행위(medical activity)를 하다 특허 침해 피소를 당한 경우, 35 U.S.C. § 287(c)에서 명시한 의료행위에 한하여 의사나 관련 의료기관(related health care entity)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구제를 청구할 수 없다는 35 U.S.C. § 287(c) 면책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넷째, 만일 피고나 특허권자나 특허권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라이선시(authorized licensee)로부터 특허 물품을 합법적으로 구입한 경우, 원고가 특허 침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소진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다른 민사 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소송 지연(laches)이나 금반언(estoppel; 이전에 피력한 주장에 반하는 주장을 차후에 하는 것을 금지) 역시 특허 침해 항변 논거로서 활용 가능하다. 

특허 침해 구제수단의 종류


특허 침해 구제수단으로는 크게 침해금지명령(injunctive relief)과 손해배상(monetary damages)으로 나뉜다.  

ㅇ 침해금지명령


침해금지명령은 특허권자의 배타적인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시키는 구제방안이며, 효력의 유지기간에 따라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과 영구적 금지명령(permanent injunction)으로 세분된다. 이는 형평법상 구제수단(equitable remedy)이기 때문에 특허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하여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법원의 재량에 따라 발동 여부가 결정된다.
예비적 금지명령은 해당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에 특허 침해자/피고의 위반행위를 판결 시점까지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이다. 예비적 금지명령 발령을 위한 네 가지 요건은 (1) 특허권자/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고, (2) 해당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회복 불능의 손해(irreparable damage)가 발생하며, (3) 양 측이 입은 손해의 비교형량 상 예비적 금지명령 조치가 적절하고, (4) 예비적 금지명령으로 인해 공익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영구적 금지명령은 일정한 시간 제약 없이, 소송 종료 이후에도 효력이 유지된다. 법원으로부터 영구적 금지명령을 얻어내려면 (1) 금전적 손해배상 등 법적 구제수단으로는 특허권자의 피해를 적절히 보상할 수 없고, (2) 특허권자가 이미 회복 불능의 손해를 입었으며, (3) 양 측이 입은 손해의 비교형량 상 형평법상 구제 발동이 적합하고, (4) 영구적 금지명령으로 인해 공익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ㅇ 손해배상


손해배상은 (1) 일실이익(lost profits)과 합리적인 실시료(reasonable royalty)를 바탕으로 산정된 손해배상액, (2) 35 U.S.C. § 284에서 허용하는 3배 증액손해배상, (3) 특수한 경우 변호사비로 구성될 수 있다.


일실이익은 특허권자가 피고의 특허 침해행위로 인해 매출 손실을 입었거나 가격 하락 (price erosion)이 야기된 것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합리적인 실시료란 침해자가 특허권자의 특허를 침해하기 직전에 특허권자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할 경우, 합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시료를 뜻한다. 다만,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35 U.S.C. § 286는 과거의 배상액을 원고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소하기 6년 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35 U.S.C. § 287(a)은 특허 권리자가 특허 실시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특허 등록번호를 표기하지 않은 경우, 특허 침해자가 실질적으로 침해사실을 인지한 시점 이전에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배상받을 수 없다.


미국의 특허 판례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는 피고의 특허 침해 행위에 있어 고의성이 인정되는 등 특수한 경우에 손해배상액을 최대 3배까지 증액할 수 있는 재량을 법원에 부여하는 것으로 판례법이 발전해왔다. 실제 손해액보다 가중된 금액을 부과함으로써 특허 침해자를 징벌하기 위한 목적이다.


손해배상의 마지막 카테고리로 35 U.S.C. § 285은 이례적인 사건들에(exceptional cases) 한해 법원이 소송에 소요된 합리적인 변호사비(reasonable attorney fees)를 승소하는 측(prevailing party)에 허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측이 승소한 측에 의무적으로 변호사비를 변상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는 법원이 선택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례적인 경우란 일반적인 특허 침해 소송에 비해 눈에 띄게 불합리한 행위 또는 당사자의 법리적·사실적 주장에 대한 설득력 등의 요소들에 입각하여 법원이 판정한다. 기존 판례들에 따르면 형평에 반하는 행위, 고의적인 침해, 부정직한 소송 전술 구사 등의 상황에서 변호사비 배상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시사점


2017년에 발부된 미국 특허수 기준으로 1위는 IBM(9,043건의 특허 획득), 2위는 삼성전자(5,839건의 특허 획득), 3위는 캐논(Canon, Inc.), 4위는 인텔(Intel Corp.), 5위는 LG전자가 차지하였다고 한다. 한국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 뉴스레터에 안내된 내용을 참고로 미국 특허를 보유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경쟁사의 제품 또는 기술 개발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자사 특허의 침해 여부를 감시하고, 특허 수익화의 기회를 모색 및 창출하며, 자사의 특허가 침해당할 경우 법·제도적으로 마련된 구제책을 십분 누리길 바란다. 나아가 제3자로부터 특허 침해 주장을 받는 한국 기업들도 당면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항변 논거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상대방의 주장이 적법하며 법적 근거는 충분한지, 요구되는 입증책임은 충족했는지 등을 검토함으로써 최선의 대응전략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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